좋은 시니어를 만나는 것은 행운이다

  지난 주에 홋카이도 여행을 다녀오기 전에 좋은 시니어(senior)를 만나는 것은 행운이라는 글을 온라인을 통해 보았다. 그리고 여행을 마치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났기에 이제 정제된 생각을 글로 정리해두고자 한다. 물론 이 이야기는 내가 더이상 학생 생활을 하지 않고 회사 생활을 하고 있으므로, 여기서 시니어는 회사에서의 시니어를 이야기하는 것이다.

  이 이야기는 첫 회사를 잘 선택하는 것이 이후 진로 향방에 큰 영향을 준다는 말과 어느 정도 맥을 함께 할 수도 있는데, 사람에 대하여 이야기하는 것이므로 사람에 집중하여 생각해보고자 한다. 그 이유는 좋은 회사를 들어가도 보고 배울 게 없는 사람들이 가득한 곳일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배울 것이라 함은 기술적인 부분도 좋지만, 일을 함께 하는 회사에서 사람을 대하는 방법과 의견을 종합하고 모으는 방법 및 일정 관리 등 비 기술적 분야의 모든 능력을 포함한다.

  밖에서 실제 매출과 사업의 명운을 걸고 소프트웨어 개발 프로젝트 경험을 해보기에는 쉽지 않다. 특히 학생 시절에 진행하는 프로젝트는 '학생'이라는 안전망 덕분에 크게 실패하더라도 안전망 위로 떨어지며 긁히는 정도의 상처를 입게 되고, 다시 일어나서 위로 올라가는데는 생각보다 많은 힘이 필요하지 않다. 도전하고 싶다면 다시 도전해도 되며, 설령 사고를 쳐서 사과문을 쓰게 되더라도 자신이 책임져야할 범위는 그렇게 크지 않다. (민형사상의 피해는 주지 않길 바란다)

  한편, 회사에서 진행하는 일들은 돈과 연관이 되어있다. 왜냐면 회사는 돈을 벌어야 살아갈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건물 유지비부터 아침에 무의식적으로 내려먹는 커피도, 필기구도, 전기나 수도요금같은 공공요금까지 사업으로 벌어온 돈에서 나가는 것이다.

  그런만큼 매출에 영향을 받는 일은 민감하다. 오늘 내가 저지른 실수 하나가 코드에 담겨 컴파일되고 라이브 서비스에 배포되었을 때, 이 실수가 직간접적으로 회사 매출에 영향을 주게 되고 심각하면 직장을 잃게 되고, 피해에 대한 배상을 해야할 수도 있다. 그래도 그 속에서 서로 푸념을 들어주고 격려해주며, 업무 틈틈히 휴식 시간을 만들고 식사도 하며 사람과 사람이 함께 일하는 이 환경을 서로가 부드럽고 매끄럽게 만들어 나간다.

  어떤 회사에 신입으로 입사하게 되면, 그런 업무 환경을 만들고 프로젝트를 이끌거나 움직여온 시니어들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어떻게 자신의 월급이 만들어지는지도 모르는 신입과 함께 일을 하기 위해 나름대로 사내의 프로그램에 따라 업무 적응 훈련을 진행한다. 그렇게 대략적으로 1년이 지나면 어느 정도 업무를 처리할 수 있게 되는 것 같고, 2년이 되면 회사의 사업이 돌아가는 흐름을 겉핥기로나마 알게 되어 자신의 자리를 알게 된다고 생각한다.

  자, 그럼 그 1~2년 동안 이 신입(혹은 주니어)는 시니어로부터 어떤 대우를 받아야할까.

  어쨌든 실력이 쌓이면 떠나거나, 겉으로 보기에 만족스러운 회사에 입사하지 못한 것 같아 보이니 대충 가르치고 자신이 하던 귀찮은 일들만 던져주면서 그저 일하는 사람 1인으로 취급할 것인가? 그리고 한국 식으로 그 미안함을 저녁 회식에 강제 참가시킨 후 소주 한 잔 따라주면서 마무리할 것인가?

  혹은 이 사람의 장단점을 빠르게 파악하고 단점은 극복할 수 있게 해주고, 장점은 이끌어내주면서 팀에 부담이 좀 되더라도 할 수 있는 업무부터 작게 나눠주면서 꾸준히 업무를 하게 만듦과 동시에 지속적으로 새로운 목표를 세우고 공부하여 팀의 우수 인재로 거듭나 실적으로 이어질 수 있게 이끌어 나갈 것인가?

   물론 회사의 방침이나 업무에 따라 많은 부분이 달라질 것이다. 그리고 반드시 후자와 같은 방법으로 교육하라는 법적 강제 사항도 없다. 어쩌면 이 사람의 레쥬메만 보고 할 수 있는 일만 주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일 수 있다.

  그러나 적어도 본인이 어느 정도 '시니어' 위치에 올라가 있고, 함께 일할 사람을 함께 일할 수 있게 이끌어가야한다면 시니어로서의 기본적 의무가 있다. 꾸준히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일하는 시간을 보내며, 이 사람이 팀에 불러올 새로운 분위기에 대해 고민해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일하는 분위기를 와해시키거나 서먹하게 만들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미리 주의를 주거나 팀 리더에게 보고하는 일도 필요하고, 기술적으로 새로운 교육이 필요하다면 자신을 통해서 혹은 팀 리더를 통해 새로운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게 하는 일도 해야한다.

  좋은 시니어를 만났다는 것에 대한 지표에 대해 어떻게 특정지어 설명할 수 있는 표현은 없다. 주관적인 기준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회사의 대부분 사람들이 어떤 시니어에 대해 좋은 평가를 내리지만, 막상 신입이나 주니어가 대했을 때는 무척 피곤하고 힘들기만 하며 배워갈 수 있는 게 없는 사람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확실히 할 수 있는 건 좋은 시니어는 함께 일하는 동료에게도, 후배에게도, 리더에게도 필요한 수준의 관심을 갖고 그 이상의 관심을 가져 간섭되는 일은 없도록 하며, 회사 혹은 팀 공동의 목표 달성을 위해서 노력하는 사람이란 것이다.

  신입이나 주니어로 입사를 했는데, 이런 시니어들이 자신에서 신경 써주면서 무언가 해보라고 권하거나 문제점을 제시해주면 한번쯤 차분히 생각해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 사람들은 당신이란 존재 자체를 깎아내리고 힐난하려는 생각이 없다. 당신과 당신의 회사 업무는 동일 존재가 아니다. 업무와 '나'는 별개이므로, 냉정히 생각해보고 그들에게 현재 자기가 생각하는 상태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피드백을 하고 개선책을 물어봐서 적정 합의점을 찾길 바란다. 그들 또한 완벽하진 않기 때문에 적정선을 찾아야한다.

  그리고 기회가 된다면 업무 시간 외에도 이런 사람들과 어울려 식사도 하고 볼링도 함께 치며 이런 좋은 시니어들의 행동과 말을 자세히 관찰해보길 바란다. 그리고 그런 접근 방법이 좋다고 생각되면 배워서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보기 바란다. 개선할 수 있다면 더 개선하여 좋은 결과를 얻어도 좋다.

  좋은 시니어를 만난 사람에게는 수많은 기회가 따른다. 좋은 사람을 만난 것부터 행운이며, 그 행운으로 인해 여러 부가적인 기회가 따라오게 된다. 그걸 잘 잡는 건 스스로의 몫이다.

  그렇지만 모두가 좋은 기회를 얻진 못한다. 회사가 개별 직원의 역량 성장에 큰 관심이 없고 매번 발생되는 일에 임기응변으로 처리하려고 하기만 하고, 수직적 구조 속에서 먼저 들어온 시니어는 주니어와 신입에게 본인이 맡던 더러운(기술적으로든 업무적으로든) 일을 던져주고 '나도 신입으로 왔을 때 다 했다'며 자유를 찾아 행복해지는 사람을 시니어로 만날 수도 있다.

  당연하지만, 이런 사람을 만난 신입과 주니어가 모두 실패하진 않는다. 하지만 좋은 시니어를 만난 사람에 비해 성장에 더 많은 고통과 힘이 필요하다. 기회가 된다면 더 나은 회사와 환경을 찾아 떠나야만한다. 이런 사람들 속에서 살다보면 스스로 자존감도 잃고 자신감도 잃게 되어 수동적인 사람이 되어버린다.

  긴 글의 결론을 맺으면 다음과 같다. 좋은 시니어를 만났다면 그 사람의 단물 짜먹을 수 있는 건 다 짜서 먹고 원심분리기까지 돌려서 배울 수 있는 건 배워야한다. 만약 좋지 않는 시니어를 만났다면, 그 사람의 문제점에 대해서 배워야한다. 자신이 시니어가 되었을 때 그 사람과 같은 과실을 저지르지 않도록 주의하고 항상 상기해야한다. 그리고 더 나은 환경과 사람을 찾아 실력을 기르고, 과감히 떠나길 바란다.

  덤으로, 떠나더라도 이전 회사에 일하던 사람들에게 어찌되었든 쌍욕이나 나쁜 말은 하지 말고 빈 말이라도 감사했다는 말을 남기고 떠나는 걸 권장한다. (이후에 연락처를 지우거나 차단하는 건 본인 몫이다) 남아있는 사람들의 의욕을 털어버릴 이유는 없으며, 그렇게 이전 회사를 표현하면 새 터전에서의 자신의 이미지가 좋진 않기 때문이다. (어찌되었든 다니는 동안 삶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급여는 받지 않았는가)

 
 

댓글

가장 많이 본 글